1. 대호
원제: 대호(2015), The Great Tiger
장르: 시대극, 드라마
감독: 박훈정
제작: 한재덕, 박민정
각본: 박훈정
조명: 이성환
편집: 김창주
미술: 조화성
음악: 조영욱
출연: 최민식, 정만식, 김상호, 성유빈, 오스기 렌, 정석원 등
제작사: 사나이 픽처스
배급사: 넥스트엔터테이먼트월드
개봉일: 2015년 12월 16일
상영시간: 139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2. 조선의 호랑이와 포수 천만덕의 이야기
1925년, 한때는 조선의 명포수로 이름을 날렸던 천만덕은 깊은 지리산 속 오두막에서 늦둥이 아들 석이와 함께 단 둘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 석이는 아버지가 명포수였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사냥을 위해 총을 들지 않고 산에서 약초를 캐다가 시장에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것에 불만입니다.
한편 호랑이 가죽을 수집하는 일본 고관 마에조노는 자신이 귀국하기 전에 조선 최고의 호랑이 가죽을 손에 넣기 위해 일본 군인들과 조선 포수대를 동원해 지리산으로 오고, 마을 사람들은 지리산을 시키는 산군으로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인 거대한 애꾸눈 호랑이를 찾아 일본군들이 몰려들어 술렁입니다.
조선 출신의 장교인 류와 조선 포스대 대장 도포수 구경은 모습조차 찾기 힘든 대호를 잡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과거의 명포수였던 만덕을 영입하려 합니다. 하지만 만덕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길잡이라도 해달라는 구경의 부탁에도 스리슬쩍 넘겨버립니다.
구경은 함정에 걸려든 대호의 짝과 그 새끼들을 죽입니다. 대호의 짝과 새끼가 잡혔다는 사실을 삽시간에 마을로 퍼지고 석이의 약을 지으러 친구의 약재상을 들른 만덕은 그 소식을 듣습니다. 한편 석이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끼리 정혼시킨 사이인 선이로부터 어머니가 자신을 쌀장수 아들에게 시집보내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다급해집니다.
구경은 자기가 죽인 새끼 호랑이로 대호를 유인하려 하지만 설치해놓은 함정에는 늑대만 걸려있고 새끼의 시체는 사라집니다. 이에 구경은 만덕에게 다시 대호를 사냥하자고 제안하지만 거절당합니다. 석이는 선이와 결혼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구경의 동료들로부터 대호를 잡으면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습니다.
석이는 아버지 만덕 몰래 류를 찾아가 대호 사냥에 참여의사를 밝히고, 만덕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칠구는 석이의 합류를 만류해보지만 쉽지 않자, 사냥 때 상대적으로 안전한 몰이꾼으로 석이를 넣습니다.
구경은 포수들과 함께 다른 새끼 호랑이 시체를 미끼로 대호가 자주 다니는 길목에 함정을 놓습니다. 하지만 대호는 다른 편에 있는 몰이꾼들과 일본군들을 반격해 모두 몰살시킵니다. 그 과정 속에서 너무 놀라 넋이 나간 석이는 죽은 사람들 사이에 쓰러져서 아무것도 못하고 살아있었지만 부상당한 일본군 하나가 총을 쏘려고 몸을 들어 올렸을 대 대호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자신에게 오는 것으로 착각해 총을 쏴 대호도 총상을 입게 되고 석이도 대호에게 공격을 당합니다.
자신이 대호에게 속았다는 걸 자각한 구경은 몰이꾼들에게 뛰어가 보지만 몰이꾼들은 모두 몰살당한 상태였고 그중에 부상을 입은 석이는 구경을 붙잡고 아버지를 불러달라고 사정하지만 대호 사냥에 눈이 멀어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손을 뿌리칩니다.
칠구는 석이가 걱정되어 몰이꾼들에게 가봤지만 그때는 이미 늑대 무리들이 석이를 포함해 다른 시체들을 끌고 간 후였습니다. 늑대들이 석이를 잡아먹으려 하자 갑자기 대호가 나타나 늑대의 우두머리를 해치우고 석이를 데려와 상처를 혀로 핥아줍니다. 그리고 석이가 사냥꾼 무리에 합류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석이를 찾아 헤매다가 집으로 돌아와 망연자실해 마당에 주저앉아있는 만덕 앞에 석이의 시체를 내려놓습니다.
만덕은 죽은 석이를 부둥켜안고 서럽게 울다가 석이와 오두막 집을 함께 불태우고, 그곳을 떠납니다.
사실 만덕과 대호는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었습니다. 젊었을 적 만덕이 호랑이 사냥을 하고 보니 자신이 잡은 그 호랑이에게는 새끼 호랑이들이 있었던 겁니다. 함께 사냥했던 구경은 새끼들도 죽이자고 하지만 만덕은 만류하고 새끼들을 동굴에 옮겨주고 때때로 먹이를 줘가며 돌봤던 겁니다. 그중에 애꾸눈이었던 아기 호랑이는 살아남았고 성장해 산군인 대호가 된 것입니다.
대호 사냥에 눈이 뒤집힌 구경은 마에조노를 찾아가 특수부대의 동원을 제안하고, 마에조노는 이를 받아들여 산속의 항일세력 토벌에 특화된 철포 회수대를 투입시킵니다. 철포회수대는 다이너마이트로 지리산을 폭파하며 도망치는 동물들을 모두 사살하며 진군합니다. 하지만 일본군들은 연기 속에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도 대호에게 대책 없이 처참하게 당하고 구경은 그런 와중에 일본군들에 의해 많이 다친 대호를 기다렸다는 듯이 총으로 쏩니다. 총에 맞은 대호를 올가미로 묶고 있는 포수들에게 대호의 목숨을 끊는 것은 자신의 몫이라며 다가가는데, 마지막 힘을 다해 올가미를 끊은 대호는 구경을 공격해 죽입니다.
마에조노는 괴멸당한 일본군들의 시신과 부상병들을 수습한 뒤 지리산에서 야영을 하기로 하지만 일본군이 전멸하고 구경까지 당하자 류에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만덕을 데려오라고 명령합니다.
자신에게 전부나 다름없던 아들 석이를 잃고 실의에 빠져있던 만덕은 부상을 입고 만신창이가 되어 자신을 찾아온 대호의 의도를 알아채고 자신의 총을 다시 꺼내 지리산 정상으로 기어 올라갑니다.
뒤늦게 몰이꾼들과 함께 찾아와 잿더미가 된 만덕의 집을 목격한 칠구는 불길한 느낌을 느끼며 서둘로 만덕의 뒤를 쫓아 가고 대호 역시 자신의 동굴에 새끼들의 시체를 가지런히 놔두고 정상으로 올라갑니다.
그러는 동안 일본군은 지리산을 점점 포위하며 대호를 계속 추격합니다.
먼저 정상으로 와서 기다리던 만덕은 도착한 대호에게 큰 절을 올린 다음 대호에게 총을 겨눕니다. 대호는 만덕에게 돌진하고 만덕은 침착하게 대호의 가슴을 명중시킵니다. 총소리를 들은 칠구는 마음이 더 급해지고, 만덕은 망설이는 대호에게 멈추지 말라고 다그치며 함께 가자고 외칩니다. 만덕과 대호는 함께 절벽 아래로 추락하고 추락한 그들 위에는 눈이 쌓입니다.
대호가 사라졌다는 보고를 받은 마에조노는 화를 내지만 "지리산의 겨울은 이길 수 없다."며 내년 봄에 다시 오겠다는 말과 함께 철수합니다.
3. 먹먹함이 오래갔던 영화
극장에서 개봉했을 당시 남편과 함께 보고 감동해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던 이 영화.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서 함께 봤습니다.
이렇게 슬픈 이야기를 이렇게나 아름다운 영상으로 표현을 하다니, 그래서 더 슬픈 듯합니다.
최민식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는 그 자체로 신뢰가 가기에 망설이지 않고 남편과 함께 예매를 했었는데, 따뜻한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느낌을 공유하며 본 이 영화는 아이들에게서도 최고의 영화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엄청나게 투자한 제작비에 비해 흥행이 실패했다는 평도 있지만, 저에게는 최고의 영화를 손꼽으라면 그 손안에 꼭 들어갈 영화입니다.
제 머릿속에 각인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거의 마지막 부분에 최민식 배우와 대호가 대나무 숲에서 마주하는 그 장면과 최민식 배우가 대호를 향해 "언능 가자니께!"라며 외치는 장면입니다.
마지막에 그들 위로 눈이 쌓이는 모습은 왜이리도 잊혀지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본 지 좀 지났음에도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최민식 배우의 눈빛이 자꾸 떠오릅니다.
우리나라 최고 배우의 최고 영화입니다.
댓글